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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드 vs 오디세이: 신의 감정 개입 차이 (사랑, 신, 감정선)

by 집주인언니 2025. 10. 25.

일리아드 vs 오디세이 신의 감정 개입 차이 (사랑, 신, 감정선) 관련 사진

호메로스의 두 대작,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고대 그리스 문학의 정점이자, 이후 서양 문명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서사시들이다. 이 두 작품은 각각 트로이 전쟁의 극적인 순간과 그 전쟁 이후 오디세우스의 귀향 여정을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간의 욕망, 갈등, 성장뿐만 아니라 신들의 개입과 감정이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특히 이 두 작품에서 신들이 보여주는 ‘감정’, 그중에서도 ‘사랑’이라는 감정이 이야기 전체에 어떤 식으로 작용하고 있는지는 매우 흥미로운 주제다. 『일리아드』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신의 직접적 개입과 혼란을 낳는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는 반면, 『오디세이』에서는 사랑이 인간 중심의 성숙과 귀환을 이끄는 힘으로 그려진다. 이 글에서는 두 서사 속 신들의 사랑 감정 개입 방식을 중심으로 비교 분석하고, 이를 통해 고대 그리스인들이 신과 인간, 감정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이해했는지 살펴본다.

『일리아드』 속 신: 사랑에 휘둘리는 감정적 개입자

『일리아드』에서 신들은 단순한 배경이나 서사 장치가 아니라, 이야기 속 주요 인물처럼 행동한다. 이 작품은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전쟁 자체보다도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과 신의 감정 충돌, 특히 사랑과 질투, 복수의 감정이 주요한 서사적 긴장 요소로 작용한다. 그리고 그 감정의 중심에는 신들의 사랑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아프로디테다. 그녀는 ‘가장 아름다운 여신’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헤라, 아테나와 경쟁하게 되고, 이 경쟁의 심판자로 파리스가 선택된다. 파리스는 아프로디테를 선택하고, 그녀는 그 대가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헬레네를 파리스에게 주겠다고 약속한다. 이로 인해 헬레네가 트로이로 가게 되고, 트로이 전쟁의 불씨가 되어버린다. 즉, 아프로디테의 사랑, 또는 욕망에 가까운 감정은 전쟁의 직접적인 기원이 된다. 이후 아프로디테는 파리스를 적극적으로 보호한다. 전투 중 파리스가 위기에 처하자 그를 구출해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고, 그의 연인 헬레네와 재회시키는 장면은 신의 개입이 사랑이라는 감정으로부터 출발하고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녀는 객관적 정의나 전쟁의 윤리보다도 개인적인 감정, 특히 자신이 선택한 인간에 대한 애착에 따라 행동한다. 제우스 또한 전장에서의 감정 개입을 보여준다. 그는 때때로 트로이 진영을 편들며, 인간 여성들과의 연애사도 자주 등장한다. 특히 테티스가 아들 아킬레우스를 위해 제우스에게 간청할 때, 제우스는 그녀의 요청을 거절하지 못한다. 이는 단순한 요청의 수락이 아니라, 제우스와 테티스 사이의 과거 인연, 그리고 그 인연에서 비롯된 감정의 결과다.

아테나와 아폴론 역시 사랑이나 감정에 따라 전투에 개입한다. 아테나는 오디세우스를 총애하며 지혜로운 영웅을 돕지만, 『일리아드』에서는 아킬레우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투를 조정하는 모습도 보인다. 아폴론은 트로이 편을 들어 전염병을 퍼뜨리기도 하고, 인간의 감정에 공명하여 파괴적인 방향으로 전장을 흔들기도 한다. 『일리아드』 속 신들의 사랑은 인간적인 감정에 매우 가까우며, 그 감정은 자주 무절제하고 충동적이다. 이는 고대 그리스의 신관, 즉 신도 인간처럼 느끼고 사랑하고 질투하며 실수할 수 있다는 다신교적 세계관을 보여준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신을 더 신답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에 가깝게 만든다. 그리고 이러한 신들의 사랑이 이야기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요소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일리아드』는 매우 인간 중심적이고 감정 중심적인 신화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오디세이』 속 신: 인간의 사랑을 존중하는 조율자

반면 『오디세이』에서 신들은 보다 절제된 감정을 가지고 등장하며, 사랑이라는 감정은 이야기의 중심에 있지만, 그것을 주도하는 것은 인간이다. 신은 그저 조율하거나 조력하는 존재로 등장하며, 감정에 휘둘리기보다는 인간의 선택을 존중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신은 아테나다. 『오디세이』에서 그녀는 오디세우스의 여정 전체를 도우며, 전략적이고 이성적인 접근을 통해 오디세우스가 귀환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그녀는 오디세우스에게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있으나, 그것은 육체적 사랑이나 질투의 감정이 아니라, 일종의 보호자적 애정, 또는 철학적 의미에서의 ‘이상적인 인간에 대한 사랑’에 가깝다. 그녀는 그가 지혜로운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시련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물론 이 작품에도 사랑에 집착하는 신이 등장한다. 칼립소는 오디세우스를 사랑하여 자신이 사는 섬 오기기아에 가두고, 함께 영원히 살자고 제안한다. 칼립소는 사랑이라는 감정에 사로잡혀 오디세우스의 자유를 억압하려 하지만, 결국 제우스의 명령에 따라 그를 떠나보낸다. 이 장면은 신도 인간처럼 사랑에 빠질 수 있지만, 이야기의 큰 틀에서는 인간의 귀환과 성숙이라는 서사가 우선시 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오디세우스와 페넬로페의 사랑은 『오디세이』 전체를 이끄는 핵심 감정이다. 수많은 시련과 유혹, 긴 여정 끝에 이타카로 돌아온 오디세우스는 아내와의 재회를 통해 진정한 인간적 성숙을 이룬다. 이 과정에서 신은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기보다, 오히려 그 사랑이 실현되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존재로 등장한다. 다시 말해, 『오디세이』에서 신은 감정적 개입자가 아니라, 인간의 사랑을 지지하고 존중하는 존재로서 묘사된다. 사랑이라는 감정이 『오디세이』에서는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동력이자, 귀환과 회복, 용서와 이해라는 메시지를 가능하게 만드는 기반으로 작용한다. 이 작품은 전쟁의 파괴적 감정보다, 사랑을 통해 회복되고 재건되는 인간의 이야기를 강조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신은 감정을 주도하기보다, 인간 감정의 실현을 가능하게 만드는 질서의 수호자 역할을 한다.

사랑의 개입 방식: 감정의 폭발 vs 감정의 조율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서 나타나는 사랑 감정의 개입 방식은 신의 역할을 중심으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일리아드』의 신은 감정의 폭발 그 자체다. 그들은 사랑, 질투, 분노 등 인간적인 감정을 서슴없이 드러내며, 전쟁이라는 무대를 감정의 소용돌이로 만든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전쟁의 불씨가 되고, 그 감정이 폭발할수록 전장은 격렬해진다. 반면, 『오디세이』의 신들은 감정을 조율하고 질서를 회복하는 역할을 한다. 신은 인간의 사랑이 왜 중요한지 인식하고, 그것이 성숙과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돕는다. 사랑은 오디세우스가 귀환을 포기하지 않는 원동력이며, 페넬로페가 기다림을 선택하는 이유다. 신은 이 감정이 타락하거나 좌절되지 않도록 조정한다. 이러한 차이는 작품의 주제와 구조에서 기인한다. 『일리아드』는 집단적 영웅주의와 파괴의 서사이며, 그 속에서 감정은 통제되지 않고 폭발한다. 반면, 『오디세이』는 개인의 귀환과 내면의 성숙을 다룬 이야기로, 감정은 조절되고 균형을 이루며 인간을 성장시키는 요소로 작용한다. 신은 이러한 주제를 구체화시키는 방식으로 등장하며, 사랑의 감정은 그 핵심 동력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작품 모두에서 신이 인간보다 강하지만, 감정적으로는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게 묘사된다는 점이다. 이는 고대 그리스의 신관이 단순한 숭배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존재, 인간 감정의 확장으로 여겨졌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신을 인간화시키는 강력한 요소이며, 그 감정을 통해 우리는 신과 인간의 관계, 그리고 인간의 본성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된다.

결론: 사랑을 통해 본 신과 인간의 경계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사랑이라는 감정이 신의 개입 방식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고전적 텍스트다. 『일리아드』에서 사랑은 신을 움직이는 가장 원초적 감정으로, 전쟁과 파괴를 낳는 불꽃이 된다. 아프로디테의 선택, 제우스의 감정적 흔들림, 아킬레우스의 분노와 사랑은 모두 감정의 격정을 드러낸다. 반면 『오디세이』에서 사랑은 귀환과 회복, 성숙과 인내를 상징하며, 신은 그 사랑이 완성될 수 있도록 조력하고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결국 두 작품은 신이 감정을 갖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지면서도, 그 감정의 발현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이는 단순히 서사의 차이뿐만 아니라, 인간이 신에게 기대하는 역할, 그리고 인간이 감정이라는 복잡한 세계를 어떻게 이해하려 했는지를 반영한다. 고대 문학은 신화를 통해 감정의 진실을 탐색하고, 신을 감정적 존재로 그려냄으로써 인간 자신을 이해하려 했다. 오늘날 우리가 이 두 작품을 다시 읽는다면, 신의 감정 개입이 단순한 신화적 장치가 아니라, 인간 사회와 감정 구조를 비추는 거울임을 깨달을 수 있다.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단지 전쟁과 귀환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해 인간과 신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묻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