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 문학을 대표하는 두 대서사시, 『오디세이아』와 『일리아드』는 각각 인간 존재의 본질을 상반된 시선으로 탐색합니다. 『일리아드』는 전장의 비극과 명예를 다루고, 『오디세이아』는 귀향과 회복의 서사입니다. 이 두 작품을 비교하며, 전쟁과 귀환이라는 극단적 체험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지를 고찰해 봅니다.
귀향의 서사와 회복의 힘 (오디세이아)
『오디세이아』는 그리스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트로이 전쟁 이후 10년 동안 겪는 귀향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이 귀향 여정은 단순한 지리적 이동이 아니라, 인간 존재가 자신의 본질로 되돌아가는 정신적 탐색이자 영혼의 정화 과정입니다. 고대 그리스인에게 귀향은 단순한 복귀가 아니라, 상실과 방황, 시련을 거쳐 정체성을 재확인하는 통합의 과정이었습니다. 이 점에서 『오디세이아』는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이 '돌아감'에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오디세우스가 겪는 시련은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닙니다. 세이렌의 유혹, 스킬라와 카리브디스의 협곡, 칼립소의 섬, 폴리페모스와의 대치 등은 모두 인간이 겪는 내면의 갈등과 상징적으로 대응됩니다. 그는 유혹을 이겨내고, 감정을 억제하며, 신중하게 판단하면서 ‘지혜로운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이것은 단순한 영웅서사가 아니라, 인간 존재가 방황을 통해 자아를 재구성하는 여정인 것입니다. 특히, 오디세우스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은 '고향'입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왕위나 부귀영화가 아니라, 자신의 자리, 자신의 정체성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이 귀향은 가족과의 재회로 완성되며, 사랑과 용서, 재통합이라는 인간적인 가치로 귀결됩니다. 트로이에서의 영광이 파괴를 남긴 반면, 오디세이아의 귀향은 삶을 회복시킵니다. 전쟁 이후의 삶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 인간이 어떻게 일상을 되찾고 자신을 회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학적 통찰이 담겨 있습니다. 또한 이 작품은 '끊임없는 선택'의 연속입니다. 오디세우스는 전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수없이 실수하고 후회하며, 사람들을 잃고 길을 잃습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포기하지 않으며, 이 점에서 인간의 존재론적 귀향은 단지 물리적 의미를 넘어선다는 사실을 일깨워줍니다. ‘집’이라는 상징은 곧 자기 정체성의 회복이며, ‘귀향’은 상처 입은 인간이 다시 스스로를 복원하는 구조를 뜻합니다.
전쟁의 영광과 파멸 사이 (일리아드)
『일리아드』는 트로이 전쟁의 마지막 열흘을 다룬 작품으로, 호메로스 문학에서 가장 장엄하고 폭력적인 서사시로 평가받습니다. 중심에 있는 인물은 아킬레우스이며, 그의 분노와 갈등, 복수와 죽음이 전쟁이라는 집단적 행위 속에서 어떻게 개인의 파멸로 이어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일리아드』는 단순히 전투의 묘사가 아닌, 전쟁이 인간 존재에 남기는 상처와 부조리함을 드러냅니다. 작품에서 아킬레우스는 명예를 위해 싸우는 전형적인 영웅입니다. 그러나 그의 명예는 개인적이고 이기적입니다. 브리세이스 사건으로 인해 분노한 그는 전투를 거부하고, 이로 인해 많은 그리스 병사가 목숨을 잃습니다. 아킬레우스의 분노는 결국 친구 파트로클로스의 죽음을 부르고, 이는 아킬레우스를 더욱 깊은 비극으로 빠뜨립니다. 그는 복수심에 불타 헥토르를 죽이지만, 그 순간 그는 더 이상 영웅이라기보다 상실에 지배당한 인간입니다. 『일리아드』는 전쟁이 어떻게 인간을 비인간화하는지를 정교하게 보여줍니다. 전쟁터에서는 감정도 윤리도 무력하며, 오직 힘과 죽음만이 지배합니다. 그러나 호메로스는 이 세계 속에서도 인간다움의 순간들을 놓치지 않습니다. 헥토르와 아들의 작별 장면, 프리아모스 왕이 아들의 시신을 돌려받기 위해 아킬레우스를 찾아가는 장면 등은 인간적 감정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장면입니다. 전쟁은 명예를 위해 벌어지지만, 그 명예는 너무도 많은 죽음과 상처를 요구합니다. 『일리아드』는 그 과정을 세밀히 드러내며, 독자에게 전쟁의 본질을 되묻습니다. 과연 인간은 명예를 위해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가? 명예가 인간을 구원하는가, 아니면 파멸시키는가? 이러한 질문들은 단순한 고대의 문제가 아닌, 현대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문제입니다. 결국, 『일리아드』는 ‘영광’이라는 이름 아래 감춰진 폭력과 파괴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아킬레우스는 마지막에 자신이 사랑했던 것들을 모두 잃고, 자신의 분노조차 허무하게 느낍니다. 그의 영광은 곧 고독이며, 그의 승리는 곧 끝없는 상실입니다. 이처럼 『일리아드』는 전쟁을 통해 인간 존재의 허약함과 모순을 드러내며, 우리로 하여금 ‘싸우는 인간’의 진짜 얼굴을 들여다보게 만듭니다.
인간상이 갈라지는 두 시선 (비교)
『오디세이아』와 『일리아드』는 인간의 본질을 다루면서도 상반된 인간상을 제시합니다. 아킬레우스는 전쟁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영웅’입니다. 반면, 오디세우스는 지혜롭고 교활하며, 생존을 최우선으로 여깁니다. 그는 죽음보다 ‘돌아감’을 선택하고, 명예보다는 삶을, 정복보다는 복원을 택합니다. 이 두 인물은 고대 그리스 문명 속 인간상에 내재한 이중성을 잘 보여줍니다. 아킬레우스는 신화적 영웅의 전형이며, 명예와 죽음을 맞바꾸는 인물입니다. 그는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순간의 분노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습니다. 그는 ‘이상화된 인간’이라기보다 ‘파괴의 인간’입니다. 반면 오디세우스는 감정을 다스리고, 전략을 세우며, 생존을 위해 거짓말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는 더 현실적이고 현대적인 인간의 모습입니다. 이처럼 『일리아드』는 이념적 인간상, 『오디세이아』는 실존적 인간상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두 작품은 ‘시간’에 대한 인식도 다릅니다. 『일리아드』는 전쟁이라는 압축된 시간 속에서 인간의 선택이 어떤 비극을 부르는지를 집중적으로 보여줍니다. 반면, 『오디세이아』는 장기간의 서사로 인간의 변화를 그립니다. 오디세우스는 방황을 통해 성장하고, 돌아올 준비를 합니다. 그는 시간 속에서 진화하는 인간이며, 이 점은 인간 존재의 가능성을 강조합니다.
궁극적으로 두 작품은 인간 존재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인간은 싸우기 위해 태어났는가, 아니면 돌아가기 위해 태어났는가? 인간은 명예를 위해 죽어야 하는가, 아니면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 호메로스는 이 두 가지 질문을 통해 고대 문명의 깊은 철학을 문학적으로 구현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질문 앞에서 여전히 같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현대의 독자에게 두 작품은 다른 방식으로 의미를 줍니다. 『일리아드』는 비극의 연속 속에서 인간의 무기력함과 분노의 파괴성을 보여줍니다. 『오디세이아』는 삶의 회복 가능성과 관계의 중요성을 되새깁니다. 둘 다 고통스럽고 어렵지만, 하나는 무너뜨리고, 하나는 다시 세우는 이야기입니다. 두 서사는 궁극적으로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에 대한 문학적 대화를 이루고 있으며, 이 점에서 지금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오디세이아』와 『일리아드』는 인간의 양면성을 탐색한 두 거대한 문학적 거울입니다. 전쟁과 귀향, 파괴와 회복, 명예와 사랑 사이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이 두 작품은 시대를 초월해 인간의 본질을 묻습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여정을 걷고 있습니까? 돌아가는 길을 찾고 계신가요, 아니면 아직 싸우고 계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