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서사 구조 완전 분석

by 집주인언니 2025. 9. 10.

『일리아드』와 『오디세이』 서사 구조 완전 분석 관련 사진

서양 문학의 원형이라 불리는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단순한 고대 서사시가 아니라, 인간 본성과 서사 구조의 근본적인 원리를 담고 있는 문학의 기초입니다. 이 두 작품은 전쟁과 귀환이라는 주제를 통해 운명과 자유의지, 인간의 고통과 희망을 동시에 다룹니다. 본문에서는 이 두 서사시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인 ‘운명’, ‘자유의지’, ‘트로이’에 대해 각각 3,000자 이상으로 깊이 있게 분석하고, 결론에서는 이들의 문학적, 철학적 가치가 현대에 주는 메시지를 정리합니다.

운명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운명(fate)’입니다. 고대 그리스 세계에서 운명은 절대적인 힘으로 간주되었으며, 신조차도 이를 완전히 거스를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이 두 서사시에서 호메로스는 인물들의 운명을 단지 피할 수 없는 결과로 그리지 않고, 인간이 그 운명을 어떤 자세로 받아들이고 맞서는가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는 곧 인간의 존엄성과 자기실현의 문제로 연결됩니다. 『일리아드』에서 아킬레우스는 두 가지 운명 사이에서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하나는 조용하고 오래 사는 삶, 다른 하나는 짧지만 영광스럽고 불멸의 명예를 남기는 삶입니다. 그는 후자를 선택합니다. 이 장면은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명예와 영웅적 삶이 얼마나 중시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이 스스로의 운명을 어떻게 의식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지를 나타냅니다. 그의 선택은 곧 ‘클레오스(Kleos)’라는 개념과 연결되며, 이는 죽은 뒤에도 영원히 기억되는 명예를 의미합니다. 반면 『오디세이』에서 오디세우스는 명예보다는 귀환에 더 큰 가치를 둡니다. 그의 여정은 끊임없는 고난과 유혹, 신들의 방해로 가득 차 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 과정에서 운명은 마치 테스트처럼 작용합니다. 오디세우스는 종종 자신의 한계를 시험받으며, 인간의 고집과 지혜로 이를 극복하려 합니다. 이 때의 운명은 고정된 결과라기보다, 인간이 성장하고 성숙해 가는 서사적 장치로 작동합니다. 운명은 또한 신들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제우스, 아테나, 포세이돈 등 주요 신들은 인간의 운명을 조정하려 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는 인간의 의지가 더 중요하게 다뤄집니다. 이는 호메로스가 전통적인 운명론을 그대로 따르기보다는, 인간 중심의 서사 구조를 통해 인간의 선택과 책임을 강조하려는 의도를 반영합니다. 또한 운명은 공동체의 이상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아킬레우스의 선택은 개인적인 영광을 추구하는 동시에, 그리스 군의 사기를 북돋는 역할을 합니다. 오디세우스의 귀환은 단지 개인의 안녕이 아니라, 이타카 왕국의 질서 회복과 가문의 명예 복원이라는 공동체적 의미를 갖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고대 사회에서 ‘운명’이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정과도 직결되었음을 시사합니다. 요컨대,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에서 운명은 단순한 종말의 결론이 아니라, 인간이 그 과정을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의 골격입니다. 이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주제로, 불확실한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삶을 해석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깊은 사유를 제공합니다.

자유의지

운명이라는 강력한 서사 구조와 대비되는 개념은 바로 ‘자유의지’입니다. 호메로스의 작품은 인간이 신과 운명의 영향 속에서도 자신만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인간 본성의 능동적인 면모를 부각시킵니다.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모두 자유의지가 단순히 선택의 자유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를 책임지는 태도라는 점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일리아드』에서 아킬레우스는 분노로 인해 전쟁에서 이탈합니다. 이 결정은 개인의 감정에 충실한 자유의지의 표현이지만, 그 결과는 치명적입니다. 그리스 진영은 전세를 역전당하고, 결국 그의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전사하게 됩니다. 이 사건은 아킬레우스를 다시 전장으로 이끄는 계기가 되며, 그의 자유의지가 다시 ‘공동체를 위한 결단’으로 변화하는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됩니다. 즉, 자유의지는 감정에서 출발하되, 책임과 성장으로 귀결됩니다. 『오디세이』에서는 자유의지가 더 복합적으로 그려집니다. 오디세우스는 수많은 상황에서 자신의 선택을 통해 길을 만들어갑니다. 키르케의 섬에서 1년간 머무르며 쾌락에 빠지는가 하면, 세이렌의 유혹을 이겨내기 위해 전략을 세우기도 합니다. 특히 세이렌 에피소드는 유혹을 단순히 피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묶어두는’ 선택을 함으로써 유혹을 이기는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이처럼 자유의지는 충동을 통제하고, 스스로를 관리하는 능력으로 표현됩니다. 자유의지는 또한 인간 관계와 권력 구조 속에서도 발현됩니다. 『오디세이』에서 오디세우스는 변장한 채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며, 상황을 신중히 관찰하고 전략을 세워 행동합니다. 그는 단순한 힘이 아닌, 지혜와 판단력으로 문제를 해결합니다. 이는 자유의지가 충동적인 것이 아니라, 계산되고 책임 있는 결정이라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 또한 아버지의 부재 속에서 스스로 성장하며, 자유의지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갑니다. 자유의지는 결국 인간의 주체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고대 사회는 신의 섭리를 강조했지만, 호메로스는 그 속에서도 인간이 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주며 인간의 가치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 개인주의의 뿌리와도 연결되는 사상입니다. 우리가 내리는 결정 하나하나가 삶의 방향을 바꿀 수 있으며, 그것을 감당하는 힘이 곧 인간됨이라는 통찰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따라서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인간이 운명에 순응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선택을 통해 삶을 만들어가는 주체임을 강조합니다. 자유의지는 도전과 책임, 자율성과 공동체 속 조화를 모두 포함하는 복합적인 가치이며, 이 두 서사시는 그것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트로이

『일리아드』와 『오디세이』의 배경이자 서사의 근원인 ‘트로이’는 단순한 전쟁터가 아니라, 고대 서양 문명의 상징적인 무대입니다. 트로이는 전쟁의 장이면서도, 인간의 감정, 갈등, 정치, 사랑, 배신 등 모든 요소가 응축된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특히 『일리아드』는 트로이 전쟁의 마지막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오디세이』는 그 전쟁 이후의 결과를 다룹니다.

『일리아드』의 트로이는 실재하는 도시가 아니라, 상징적인 공간으로 묘사됩니다. 이곳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단순한 승패를 넘어선 의미를 갖습니다. 예컨대 헥토르와 아킬레우스의 대결은 전쟁의 전략적 중요성보다도 인간 감정과 명예의 충돌을 다루며, 그 속에서 트로이는 ‘운명의 무대’로 작용합니다. 이 도시는 또한 외부의 침략자와 내부의 수비자 사이의 가치 충돌을 통해 문명 간 갈등을 상징합니다. 한편 『오디세이』에서는 트로이가 직접 등장하지 않지만, 모든 사건의 시작점으로 존재합니다. 오디세우스의 귀환 여정은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에 시작되며, 전쟁의 후유증과 인간의 상처를 중심에 둡니다. 트로이는 오디세우스가 떠나온 과거이자, 그가 돌아가야 할 현재를 의미합니다. 그는 전쟁터의 영웅에서 한 가정의 남편, 아버지, 왕으로 돌아가며, 트로이는 그 변화의 경계선에 서 있는 공간으로 기능합니다. 트로이는 또한 서사적 구조에서 ‘혼돈의 공간’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여기에서 벌어진 사건들은 명확한 질서가 무너지고, 인간 본성과 운명이 가장 날것의 형태로 드러나는 공간입니다. 반면 오디세우스의 이타카는 그가 돌아가야 할 ‘질서의 공간’으로, 트로이와 대비됩니다. 이는 고대 문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이탈과 회복’ 구조의 원형을 형성하며, 현대 소설에서도 흔히 사용됩니다. 트로이는 또한 문화 간 충돌을 상징합니다. 그리스와 트로이, 두 문명의 충돌은 단순한 전쟁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관과 세계관의 대립을 보여줍니다. 그리스 측이 영웅적 개인을 중심에 두고 있다면, 트로이는 공동체와 전통, 가족의 가치를 강조합니다. 헥토르는 비극적이지만 공동체적 가치를 대표하는 인물이며, 그의 죽음은 트로이의 몰락과 동시에 그 문화의 소멸을 암시합니다. 현대 사회에서 트로이는 단순한 유적지가 아닌, 문명의 충돌과 인간 내면의 갈등을 상징하는 문학적 상징물로 기능합니다. 트로이 전쟁이 계속해서 영화, 소설, 드라마 등에서 반복되는 이유는 이곳이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질문—왜 싸우는가, 무엇을 지키려 하는가, 고통을 겪고도 돌아갈 곳은 어디인가—에 대한 서사적 메타포이기 때문입니다.

고대 서사의 구조, 오늘날 인간의 이야기

『일리아드』와 『오디세이』는 고대의 이야기를 넘어, 인간 존재의 핵심적인 질문에 답을 던지는 서사적 고전입니다. 운명과 자유의지, 트로이라는 공간은 시대를 초월해 인간 삶의 보편적 조건을 상징합니다. 이 두 작품은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여전히 유효한 철학과 서사 구조를 제공하고 있습니다.